주인공인 나쓰코처럼 앙큼하고 귀여운 소설.
이런 소녀스러운 소설도 다 쓰다니 역시 대 작가야.
# 어느 남자나 반쯤 경멸하고 존경했으며, 반쯤 사랑하고 혐오했다.
# "세상에, 너무 예쁘다. 무슨 모형이야?"
학생은 얼굴을 붉혔다. 오늘 집을 나설 때부터 외우고 있었던 말, 반쯤은 자기 말에 취하지 않고는 뱉을 수 없는 말이었다.
"...언젠가 너랑 같이 살 집을 설계해 보았어. 내 인생의 이상이야. 아주 살기 편한 집이 될 거야. 내진 내화 설계가 되어 있으니 삼사십년은 거뜬해."
그 말에 나쓰코는 눈살을 찌푸렸다.
# 시어머니는 이런 경우 세상 시어머니들과 상반된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부부 싸움이 시작되면 며느리 편을 든다. 아들의 얄미우리만치 침착한 태도는 자신의 정열적인 기질과 맞지 않았던 것이다.
# "아침에 호텔로 갔더니 나쓰코와 동행한 그 남자는 열쇠가 잠긴 다른 방에 갇혀 자고 있었습니다."
명문가에서 자란 이 부인들은 여자가 열쇠를 갖고 있다면, 여자의 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리라는 결론은 삽시간에 유추해 냈다.
# 바위틈을 소용돌이치는 강물이 눈부시게 햇살을 흩뿌렸다.
# 츠요시는 낮고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쓰코는 그 순간, 아주 잠깐이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따.
'어머, 잘난 척은.'
부부와 마찬가지로 맑고 깨끗한 연인 사이에도 권태기는 찾아오는 법이다.
# 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아닌데 세 사람은 한껏 멋을 내며 옷 갈아입을 시간이 적다고 한탄했다. 할머니 같은 사람은 하는 수 없이 목덜미까지 분을 바르며 말했다.
"오늘은 미인계를 써서 구로카와 선생님 입에서 예, 라는 말이 나오게 하자."
장난 섞인 말이었지만 그럴 가능성을 반쯤 믿고 있었다.
# 부락은 신비롭고 몽환적인 냄새에 휩싸여 있었다. 다시 말해, 때 이른 가을의 냄새다. 저녁 나절 모닥불 냄새의 잔향이면서, 마굿간 냄새, 강 냄새, 한낮의 더위에 시든 초목이 생기를 되찾으려 호흡하는 냄새다.
# 도쿄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긴자에 무엇이 있다는 건가. 아무 것도 없다. 꽉 찬 공허, 셀로판종이에 싸인 봉봉과 같은 공허, 그 뿐이다.
# 정신을 잃었던 네 사람은 한동안 이를 달달 떨기만 할 뿐 말할 상황이 아니었지만, 도착한 구로카와 지부장이 병문안을 오자 다부진 할머니는 이런 말을 꺼냈다.
"제가..., 도로...도로로콘부로 내리쳤더니, 곰이, ...기가, 기가 죽어, 도망갔습니다."
# 그 시절 촌장의 허벅지에는 청춘의 힘이 흘러넘쳤고, 젊고 정력적인 체구로 야산을 짐승처럼 뛰어다녔다. 그때 산들거리던 어린잎, 뺨을 가르던 바람, 사냥의 환희, 포획한 동물의 피를 홀짝이던 미칠듯한 기쁨마저도 늙고 쇠퇴한 눈에 생생히 되살아나는 것처럼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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